[명사인터뷰] 김기동 태권도창명연구원장

"태권도는 힘[力]이 아니라 무도정신입니다"
中國 태권도의 전설, 김기동 박사의 태권도 인생 50년
 
[헤럴드저널] 조경렬 편집장

조국 대한민국을 방문한 중국 태권도의 전설 김기동 박사(사진:헤럴드저널)

"태권도는 정신수련 운동입니다. 힘으로 그 어떤 것을 파괴하는 운동이 아니라 무도정신이 가장 중요한 운동이지요. 태권도 수련의 정점은 바로 정신입니다." 태권도 전파로 50년 인생을 살아 온 중국 태권도의 전설, 김기동 박사의 첫 마디이다.

중국에 태권도를 처음 전파한 태권도창명연구원 김기동(법학박사·국기원 9단, 74) 원장은 태권도 전파를 통해 중국 대륙에 한류의 뿌리를 닦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누구도 중국 대륙에 태권도 진출의 꿈도 꾸지 못할 때인 1989년 8월 중국 심천시에 태권도장을 개설하면서 김 원장의 인생은 태권도 전도사가 되었다.

그가 중국 대륙에 진출할 당시는 아직 한·중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섣불리 누가 나서서 대륙에 태권도를 전파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대만에서의 태권도 교관요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으로 중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확신이 있었다.

김 원장의 태권도와의 인연은 군의 해병대 장교 생활에서 시작됐다. 1964년 해병학교 33기로 졸업하고 해병 소위로 임관한 그는 65년 청룡부대 1진 소대장으로 당시 베트남전에 파병되면서 부터이다.

당시 청룡부대는 한국군 홍보를 위해 태권도 시범단을 창설했고, 김 원장이 시범단장을 맡으면서 태권도인의 길로 접어든다. "태권도를 알리는 길이 바로 한국을 알리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대 내 유단자들로 구성된 시범단을 맡아 강인한 한국군의 모습을 보여줬지요."

전쟁에서는 한국군을 위해서도 미군 등 아군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 자신감의 표출 방법이 바로 태권도였다.

1967년 귀국한 김 원장은 해병대 태권도 팀 현역코치가 된다. 그리고 해병대 팀을 대통령배 태권도대회에서 6년 연속 우승 달성에 일등 공신이 되었다. 그 후 국방부에 근무할 당시 대만 태권도 교관요원 선발에 응시하여 대한민국 국군 대표로 대만에 파견되어 대만군의 태권도 교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던 그가 귀국하여 당시 정부가 주도하던 새마을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장을 맡아 새마을 운동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신 교육에 힘쓴다. 김 원장의 지론은 태권도를 비롯해 모든 일은 바로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

김 원장은 88년 대령으로 전역을 신청하고 중국 대륙의 진출을 꿈꾼다. 아직 중국과 수교가 되기 3년 전인 1989년 8월 심천에 태권도장을 개관하면서 중국으로 건너간다. 대만에서 태권도 교관 경험이 중국 대륙으로 진출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중국의 태권도 인구가 1억 명을 넘고 있어요. 중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배우려고 하기 때문에 태권도를 전파 하는 것도 한류 문화의 부흥의 방법입니다. 이제 중국인들은 태권도를 배우려고 줄을 서서 좋은 도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립니다."

중국 전역에서 후진 양성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태권도 교육자 제자들과 한국을 방문한 김기동 박사가 12월 3일 서울 대방동의 한 음식점에서 조근형 명화태권도관 총관장에게 휘호 선물을 하고 있다.(사진:헤럴드저널)

중국인 사범 3000명 배출한 김기동 원장

이제 중국의 태권도 전설로 거듭난 김기동 원장은 그가 배출한 중국인 사범만도 3000명에 달한다. 그를 거쳐 간 제자들이 10만 명에 이른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중국으로 진출한 지도 올해로 27년째로 중국 전역에 500여 개의 도장이 김 원장의 역량으로 개설되어 태권도의 지·덕·무[知德武]의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태권도는 무예를 가르치는 운동이 아닙니다. 지와 덕과 무도를 동시에 수련하고 가르치는 정신에서 비롯된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힘을 과시하는 무예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태권도의 수련이 아니지요."

중국 진출 초기에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세계 인구 1위를 자랑하는 대륙의 중국에는 이미 유서 깊은 무술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작은 반도 한국에서 온 태권도를 처음부터 잘 배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원장이 가장 중요시 하는 태권도 정신을 강조하고 가르치면서 중국인들도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범은 바로 아버지다. 그리고 모범자이다. 그러니 너희 사범들이 먼저 인사하고 먼저 솔선  수범하여 앞장서는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수련생들이 존경하고 따를 것 아니냐."라고 제자들의 정신 수양을 독려했다.

먼저 인사하는 사람에게 해코지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바로 솔선하는 정신이 태권도 정신의 한 모습으로 인식하여 후진 양성에 접목한 김기동 원장의 안목은 바로 공자의 가르침인 덕(德)을 중요시 한 결과이다.

김 원장은 태권도가 운동이기 이전에 지와 덕을 쌓는 과정으로 인식한 것은 바로 공자 사상의 접목에서 비롯됐다. 단순한 무예의 기술적 수련은 단편적인 태권도의 모습밖에 터득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그는 지와 덕을 강조한다.

조국을 방문 중인 김기동 박사 한국방문단이 서울의 태권도세계연맹을 찾아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김기동 태권도창명연구원장 인터뷰>

*태권도를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태권도는 한마디로 '좋은 사람을 만드는 운동'입니다. 태권도는 오늘날 208개 국가가 참여하는 전 세계적인 스포츠이며 건전한 신체와 체력을 기르는 스포츠적 관점 외에도 호신으로서의 기술을 습득하는 무술의 관점과 태권도정신을 포함한 무도로서의 관점까지도 포함되는 종합운동입니다.

* 중국에 진출한 계기가 있다면?

1960~70년대 대만에서 군의 요청으로 대만군대에 사범으로 파견되어 태권도를 가르쳤으며 국제대회우승 등으로 대만에 태권도 붐을 일으켜 많은 지도자들을 배양해냈는데 당시의 제자 중에서 무술의 본 고장인 중국 대륙에도 태권도를 전파하자라는 요청들을 해 와서 1989년도에 중국으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한중 수교 3년 전이지요.

* 중국에 진출 후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중국에 진출하고 나니 많은 무술인들이 시기와 질투를 하고 심지어 겨루어 보자고 찾아와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태권도가 가지는 무도로서의 모습을 강조하고 무술로서의 중국 무술을 존중하며 포용해 가자 차츰 한 사람의 무도가로서 신뢰를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 중국내에서 태권도의 위상은 어떤가요?

현재는 바뀌었습니다만 한 가정 한 자녀 정책들이 지속되면서 중국가정에 아이들의 위치가 소황제로 대변된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내 자녀가 예의바르고 품행이 단정한 아이로 자라 지도자로서의 품성을 겸비하길 바라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특히 서장독립분자들의 묻지마 테러 이후에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능력과 체력 강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라 현재 중국내 태권도 인구는 1억 명이 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커질 수 있는 시장이기에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좀 더 큰 포부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합니다.

* 중국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중국의 미래 동량인 어린이들에게 생활로써 가르치는 스승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들의 의식을 바꾸고 이들이 보는 한국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서 향후에 친 한국적인 글로벌 리더로 키워낸다는 자부심을 갖고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태권도의 기술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이웃에 봉사하고 예의바르며 남을 돕는 한국인으로서 중국인들이 배워야 할 문화인으로서의 신뢰감을 쌓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명연구원의 태권도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국의 철학과 서양의 철학에 한국적 철학을 바탕으로 한 태권도 정신을 더하여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창명만의 태권도 정신을 만들었다는데 있습니다. 중용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모습들과 이윤추구가 아닌 교육의 관점에서 태권도를 중국에 보급하였기에 현재까지도 존경받는 태권도 기관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 금번 창명연구원 방문단의 한국방문 목적이 있나요?

올해까지 27년을 중국에만 있었습니다. 김기동이라는 이름을 대면 중국내에서는 모르는 태권도 사범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이루어 낸 500여개 회원도장들로 구성된 창명태권도연구원을 이제는 중국인들에게 물려주고 직접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방문도 7일간 한국 태권도의 정통적 교육과 실무를 교육현장에서 배우고 익혀 태권도의 새로운 지식과 가치관을 확립하고 더 많은 한국의 태권도 단체와 향후 직접 교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 평소 태권도 이외의 활동도 하고 있나요?

청도의 홍십자협회(한국의 적십자협회) 활동을 통해서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이 돌아가는 봉사활동과 심장병어린이 치료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내 태권도 단체들의 봉사활동에도 참여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한화 2000만 원 이상의 기부 활동을 펼친 단체는 국기원에 건의하여 감사장을 수여하는 등의 제도를 실시하여 중국내 태권도와 국기원의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