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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문광삼 전 부산대학교 교수의 링컨 이야기
문광삼 교수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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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21  17: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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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산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링컨의 턱수염

그는 193센티의 장신으로 약간 꾸부정한데다가 말대가리 얼굴을 한 매력 없는 외모의 사나이였다. 광대뼈가 그의 긴 얼굴 양쪽에 도톰하게 솟았다.

못생겼지만 유머감각이 뛰어났고 설득력이 뛰어난 말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보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었고 가슴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그 사람을 잘 이해하는 것일 것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

“당신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야!”하고 비난하자 링컨은 태연하게 “그래요? 내가 두 얼굴의 사람이라면 왜 하필 이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다닐까요.”하고 응수했다고 한다.

순간 그의 이 유머는 공격한 사람의 기를 꺾고 사태를 반전시켰다. 자기 스스로도 인정하는 못생긴 사나이였지만 주변 사람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면서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링컨은 분명 수염이 없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떠올리는 턱수염의 링컨은 괜찮은 모습이 아닌가. 링컨은 왜 하필 콧수염이 아니고 턱수염을 길렀을까.

5달러 지폐를 보면

수염이 전혀 없는 말끔한 그의 얼굴을 상상해보라. 또 히틀러처럼 콧수염만 기른 링컨을 상상해 보라.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5달러 지폐의 얼굴은 수염을 길러 친숙한 모습이다.

처음부터 그가 수염을 기른 것은 아니었다.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링컨은 한 소녀의 편지를 받게 된다. 뉴욕 웨스트필드에 사는 어린 소녀 그레이스 베델의 편지를 받은 후 수염을 기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소녀는 수염이 말대가리 같은 링컨의 “얼굴을 커버하여 가름하게 보이게 함으로써 훨씬 잘 생겨 보일 것”이라 하였다. “여자들은 수염을 좋아한다.”면서 “당신이 수염을 기르면 여자들이 남편을 설득하여 당신에게 투표하게 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은 당선될 것”이라 조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이 일리노이에서 워싱턴 D.C.로 가던 중 뉴욕에 들려 이 소녀를 만나 감사했다고 하던가.

하나의 법을 지키기 위하여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수행을 위해 링컨은 부득이 인신보호영장제도를 유예하였다.

이에 남부는 물론 사법부와 의회 반대파의 격렬한 비난을 받게 되었다. 그는 의회에 보낸 교서에서 “인신보호법을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법률의 집행이 곤란하게 되고 정부 자체도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그 인신보호를 규정한 그 하나의 법률만을 고집할 것입니까?”라고 호소하였다.

남북전쟁으로 국가가 반 토막 나는 상황에 이르자, 링컨 대통령은 전쟁수행을 위하여 부득이 인신보호영장을 유예하고 계엄을 시행하는 등 비상대권을 발동하였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의회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고, ‘하나의 미합중국’이라는 확고한 기틀을 마련하였다.

백악관의 우랑우탄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링컨을 드는 사람이 많다. 전 세계의 위인전기 가운데 링컨에 관한 저서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를 ‘그리스도 이래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 하는 사람이 있지만 ‘독재자 링컨’이니 ‘백악관의 우랑우탄’이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장신의 키에 구부정한 체구 자신은 별로 웃지도 않는 우울한 얼굴에 텁수룩한 턱수염을 한 사람이 백악관을 거닐며 골똘히 고민에 잠긴 장면을 생각해보라. 그를 미워하는 사람의 눈에 그는 분명 우랑우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라

사람의 외모는 타고 나는 것이지만 자신의 노력에 의해 잘 가꿀 수도 있다. 일란성 쌍생아가 각자의 노력과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그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링컨은 “40대 이후의 얼굴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켄터기 촌티가 줄줄 흐르는 꾸부정한 장신의 말대가리상을 대통령상으로 만든 것은 그의 경륜에 더해 멋진 수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설득하려면 경청하라

아주 오래전 스스로 명사라 자부하는 소위 엘리트모임에 불려 나간 적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한가닥하는 인사들의 모임으로 분위기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몇 차례 참석한 후 나는 그들과 친숙하게 되었다. 어느 날 술도 한잔 하고 기분도 좋아져서 선배에게 한마디 했다. “형님 얼굴은 말대가리 같아요.” 그 선배는 등이 구부정하고 광대뼈가 튀어 오른 얼굴을 장신의 사나이였다.

찬물을 끼얹었다는 말로 어찌 이 장면을 묘사할 수 있으랴. 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밖으로 밀려났다. “링컨이…” 내 말은 중단되고 말았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쫒겨나면서 할 말이 있다고 수차 말했으나 그들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나를 문밖으로 내몰았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모임에 더 이상 낄 수 없었다. 그 후에도 모임의 어느 누구도 내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전혀. 그 다음에 링컨 이야기를 하여 얼마나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었는데. 내가 선배를 설득할 수 없었던 것은 내가 소녀가 아니어서일까 그 선배가 링컨이 아니어서 일까.

어쨌든 세월은 갔고 그 선배를 그 후론 만나지 못했다. 상대방의 말은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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