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군'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뒷짐 
한·일간 위안부 합의 후 정부예산 취소…민간이 할일
 
조경렬 기자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의 일본군'위안부' 소녀상(사진=헤럴드저널)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일본군'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추진해 오다 자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일본군'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위탁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문안 작성을 완료해 놓고 위안부 협상 타결되자 이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자 서울신문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지난 해 12월 23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 사업 위탁협약서'를 체결하기로 하고 문안 작성까지 완료 했지만 위안부 협상 타결 이후 외교적 분란이 예상되자 이 사업을 백지화 했다.

김희정 전 여가부장관과 강월구 여성인권진흥원장 명의로 작성된 협약서에는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여가부가 요청하는 사업을 여성인권진흥원이 수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홍보물 제작 및 배포, 홍보 홈페이지 운영, 수집 기록물 관리 등이다. 계약 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2년이며 사업소요 재원은 여가부가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여가부는 민간단체 주도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효율성과 정당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직접 나서기로 결전해 정부 예산으로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정부 위탁사업으로 추진하려던 과정에서 협약서 문안 작성 다음날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한국에 급파해 위안부 협상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어 28일 한·일간 위안부 협상이 타결돼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이 외교적 마찰 우려가 일자 이를 접은 것이다.

일본과의 협상 타결 후 여가부는 입장을 바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민간단체들이 추진하는 일"이라며 "정부나 정부 협상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현재 유네스코 등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나눔의 집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위안부 관련자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이하 민간위원회)가 추진 중이다.

여가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공모에 채택돼 민간위원회 지원 업무를 맡고 있고, 작년에만 정부예산 4억4천만 원이 투입됐었다. 애초 여가부장관이 나서 협약서를 작성한 이유도 불분명 해졌다. 이는 차기 강은희 여가부장관 후보자에게도 마찬가지의 태도로 보여, 앞으로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