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유엔 커비위원장 "국제사회 즉각 北인권개선 나서야"

글 조경렬 기자

▲ 사진=freedom.us

북한의 극심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하여 유엔 인권위가 분노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생존권 외에도 생명권과 자유권의 침해가 참혹하다. 어린이 기아문제는 북한을 빼고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유엔 인권위원회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심각한 상태라는 성토의 장이 되어 유엔 인권위 북한 대표부 대사가 퇴장해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런 가운데 남한에서도 북한의 인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북한인권법'은 여야가 서로 의견의 접점을 찾지 못해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에 의하면 김정은이 집권 이후 2012년 한 해 사치품 수입에 6억 4천580만 달러(약 6천870억원)를 썼다. 이것은 극심한 식량난 해결을 할 수 있는 4배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김정은은 측근 1,000여명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영화관을 갖고 있으며, 최고급 벤츠 차량, 최신 음향기기, 최고급 피아노 10여대 등을 구입하여 소유하고 있다.

이런 초호화 생활에 만수대에서 박수 치는 김정은 앞으로 행진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획일적인 독재의 편린들이 배어 나온다.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시위성 미사일을 연일 발사해 남한을 비롯한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미사일 한 발에 대략 3,000억 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가격. 이 돈이면 북한의 물가로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유엔 인권위, 북한 최악의 인권침해국

▲ 장석택의 처형을 비롯한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오전 9시 유엔 인권위원회 회의가 스위스 제네바 유럽유엔본부에서 열렸다.

북한 서세평 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를 둘러싼 일본국 대표부 연설 과정에서 항의 퇴장했다. 국제 사회의 하나 같은 질타에 오히려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엔 인권위의 이날 회의는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이 북한 인권조사 최종 보고서를 인권위에 제출하면서 가장 먼저 연설을 했다. 커비 위원장은 이날 북한의 인권상황을 독일의 나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와 비교하며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국제사회가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먼저 "세계는 지난 세기에 전체주의 체제인 나치 이데올로기를 경험하고 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제 인권보장을 유엔헌장에 명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비 위원장은 "그러나 우리는 21세기에 또 다시 충격적 사실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반인도적 범죄를 더 이상 방관하거나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반인도적 범죄는 북한의 국가 최고위층의 정책에서 비롯됐으며 그 규모와 잔혹성, 심각성은 현시대에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이제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 이를 차단하는데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이번 보고서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커비 위원장은 "살인, 고문, 낙태, 성폭행 등을 당한 수백 명 증인의 진술이 담긴 보고서를 직접 읽어보라"면서 "인터넷에도 올라있는 이 보고서를 북한 주민은 접근 조차 못하게 통제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엔 인권위원회가 이런 인권유린의 잔혹성이나 책임소재를 거론하지 못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반인도 범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유엔 인권위 회원국들은 더 지체하지 말고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커비 위원장은 북한을 직접 겨냥해 "사회적 인종차별인 '성분' 시스템을 폐지하고 개인 우상화나 선전에 투입하는 모든 가용한 자원을 굶주림과 영양실조를 없애는 곳에 먼저 사용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북한의 인권사항은 어떤가?

임순희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3년 북한 인권침해 사건은 알려진 것만 46,173건으로 전년도 대비 10.2% 증가했다. 그 중 61.9%를 차지하는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의 침해가 28,902건으로 개인의 선택이 제한된 북한의 실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총 25,977명으로 피해자가 87.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정보제공자로는 피해자 본인과 지인, 목격자의 비율이 86%를 차지하지만, 가해자 본인과 지인이 정보를 제공한 경우는 0.3%로 매우 낮다. 이는 인권 침해자가 기득권일 가능성이 높아 조사대상자로 접촉할 수 있는 빈도가 낮고, 피해자에 비해 본인의 치부가 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자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 사건에 대한 발생 지역 분포는 함경도가 전체의 50.2%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중국이 19.8%로 뒤를 잇고 있다. 남한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건 제보자들이 대체로 탈북자나 주중 북한주민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의 사건 조사 사례가 적다.

임순희 연구위원은 또 지역별, 인권침해 유형의 비율로 분석해 보면, 평양에서는 연좌제가 31%, 정치범이 28.8%로 높지만, 국경관리범죄 3.1%와 경제범 3.5%로 나타난다. 반면 함경북도는 국경관리범죄가 41.1%인데, 연좌제 6.2%와 정치범 14.4%로 나타난다.

지역 특성상 추측해 보았을 때 평양에서는 권력과 관계된 인권침해사건이, 권력과 거리가 먼 지방에서는 국경과 관련된 인권침해사건이 주로 발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통계에서 이 추측이 증명되는 것은 북한 보위부가 지역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치밀하게 감시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건 대부분을 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해 보면, 1990년대에 2000년대보다 생명권과 생존권, 건강권 교육권에 대한 권리 침해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2000년 이후 북한의 생존권, 생명권, 교육권, 건강권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호전되고 시장을 통한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 구매가 쉬워져 국제인권 A 규약(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서 인권개선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제인권 B규약(시민적, 정치적 권리), 즉 피해자와 구금자의 권리, 이주 및 주거권, 재 생산권과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 신념 및 표현의 권리에 대한 침해 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B 규약에 관련한 인권침해가 여전히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시기적으로 분석해 보면, 1989년 전까지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은 607명에 불과한데, 현재 북한 이탈주민은 2만 5천 명을 넘어가는 실정이다. 『2013 북한 인권백서』에 기록된 사건이 200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북한이 2000년대에 들어와 적극적인 인권침해가 늘어났다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 북한 이탈 주민들의 수 증가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셀 수 없는 인권 침해 사건이 아직도 수없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 북한의 이런 파렴치한 인권 침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이런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다양한 북한의 인권 침해 사건을 지속적이고 다각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알려나가야 한다는 게 북한 인권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국인 한국이 오히려 미진하지 않느냐는 인권운동가들의 지적도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이 하루빨리 통과되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우리가 더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