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 경쟁구도 어떻게 변하나
지난해 삼성, 유럽서 특허출원 1위…애플의 10배

조경렬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끝없는 특허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IT첨단 기술 경쟁, 특허 출원경쟁도 치열하다. 3월 초 현재 세계 IT기업의 시가 총액 순위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에 이어 삼성전자가 5위를 차지했다. 물론 아시아권에 위치한 한국의 삼성전자가 국제적 주가 반영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은 월가의 증권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현재 삼성은 스마트폰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애플에 많이 밀려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위에 올라 있지만 시가 총액에서는 거의 3분의 1 수준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월 초 기준 1860억 달러로 애플(4734억 달러), 구글(4099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애플과 비교하면 삼성 총액의 2배를 하고도 1000억 달러가 더 많다. 만약 삼성의 본사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있다면 주가가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위안일 뿐이다.

▲ 삼성과 애플의 경쟁구도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특허 소송전쟁을 넘어 특허 출원경쟁 치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특허 출원 건수가 경쟁사인 애플을 월등히 우세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럽에서 애플보다 10배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자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유럽지역에서 28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해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특허출원 건수 1위를 차지했다. 삼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특허출원 건수에서 66위에 올라 전년도의 50위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삼성은 애플의 핵심 사업 분야인 컴퓨터 기술 분야에서 애플보다 5배 이상 많은 638건의 특허를 신청했다. 2009~2012년 사이 이 분야에서 삼성이 출원한 특허 건수는 애플의 2배에 달한다. 또 삼성의 특허 출원 가운데 약 9%는 애플이 전혀 손대지 않는 분야와 관련된 건이었다.

삼성과 애플은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10억 달러(약 1조650억 원)가 넘는 규모의 특허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법원은 두 회사간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에 10억50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보도는 삼성의 특허출원 건수 증가가 이처럼 애플과의 치열한 특허 소송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라고 전했다. 통상 유럽에서 출원된 특허가 승인을 받기까지는 3∼5년의 시간이 걸린다.

스마트 손목시계·생체인식 기술, 애플·삼성전자 경쟁 ‘3 라운드’

▲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의 신제품 프리젠테이션

한편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대결 3라운드는 손목에 차는 스마트 기기인 ‘스마트 워치’, 생체인식 기술 경쟁이다.

미국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NPD디스플레이서치는 “애플이 올해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 손목시계 아이워치(iWatch)는 1.3인치 또는 1.6인치 휘는 화면을 장착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PD디스플레이서치는 “아이워치용 1.3인치와 1.6인치 화면은 휘는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로 개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3인치 화면은 밀도가 348ppi(1인치에 포함된 화소 수), 1.6인치 화면은 278ppi가 된다. 현재 갤럭시 기어는 278ppi, 아이폰5는 326ppi이다.

NPD디스플레이서치는 “1993년부터 시작된 평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은 20년 만에 성숙기를 맞이했다”며 “2014년은 디스플레이 혁신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손잡고 물량 확대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3월쯤 공개할 갤럭시S5, 갤럭시기어2, 새로운 웨어러블(입는) 기기에서 높은 품질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애플과 경쟁구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이 지문인식 센서를 스마트폰에 활용하면서 생체인식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애플이 얼굴 인식에 주목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홍채 인식에 공 들이고 있다.

삼성-애플 'A시리즈' 신뢰관계 돈독…스마트폰 소송 영향 無

▲ 애플의 최고경영자 탐쿡의 프리젠테이션

그러나 한편으로 삼성과 애플은 애증의 신뢰를 이어가는 평행선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러니한 동반자다.

흔히 말하는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사업은 사업일 뿐이다.’라는 말이 이 두 기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두 기업은 표면적으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경쟁 중인 견원지간이지만, 부품공급사와 고객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변함없는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최대 협력사다. 애플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삼성 반도체 없이는 최고의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가 없다.

최근 외신을 중심으로 경쟁사인 타이완 TSMC가 20㎚(나노미터) 공정에서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8’ 양산을 이미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애플의 ‘탈(脫) 삼성’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파트너십이 당분간 굳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진보했다 하더라도 현재 삼성 기술을 앞서지는 못하기 때문.

더하여 수 년 간의 거래를 통해 삼성전자가 애플 프로세서 생산에 대한 노하우를 구축해왔고 애플과 장기간의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굳이 이를 깨뜨릴 변수가 없다는 점도 그 이유다. 또 삼성전자는 각 부문별 독립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애플의 소송전이 일각의 우려처럼 부품 공급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A8 프로세서 물량 일부를 TSMC로 이전하기는 하지만 향후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상용화 일정에 따라 차세대 A9 프로세서는 삼성전자가 다시 단독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A9’ 다시 삼성으로…14나노 공정에 눈길

TSMC의 제조 능력이 애플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지, TSMC가 애플의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 생산일정을 소화해줄지 여부도 큰 변수다. IT부품업계 관계자는 “TSMC는 영업이익률을 35% 이상 유지할 정도로 이익률이 높은 회사지만 이에 비해 애플은 단가가 결코 후한 회사가 아니다”라면서 “삼성전자는 애플에게 단가 경쟁력이 있는 수준으로 애플에 AP를 제공해왔고 이를 지속적으로 맞춰줄 수 있지만 애플의 물량파괴력이 예전만큼 높은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TSMC에게는 애플이 그다지 매력적인 고객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8 프로세서 이후의 계약관계는 아직 안개속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A9 프로세서 물량의 향방이 삼성전자가 얼마나 빨리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