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Filibuster)…의사방해연설

조경렬 기자

  
정치시사 용어인 필리버스터는 간단히 말하면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장시간 발언으로 국회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을 의미한다. 즉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거나 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해 장시간 발언으로 시간을 끄는 의회 운영 절차의 한 형태로 입법관행상 미국 연방상원에서 소수파(때로는 1인의 상원의원)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의회 전술이다.

다수파가 양보를 하거나 법률안을 철회할 정도로 오랫동안 연설함으로써 의회를 방해한다. 의사규칙으로 발언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연방하원과는 달리 상원은 법률안의 토론에 시간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 발언은 의안과 전혀 무관할 수도 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라는 용어는 원래 16세기의 해적 사략선을 가리켰으며, 19세기 중반 라틴아메리카 폭동에 참가했던 미국인들과 같이 변칙적인 군사모험가를 지칭하는 말로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이 용어는 1800년대 중반에 들어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1957년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출신의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는 민권입법을 방해하려는 남부 출신의 상원의원들에 의한 시도의 일환으로서 24시간 이상을 발언했는데, 이는 기록상 가장 길었던 개인적 의사 방해 연설이었다. 토론을 종결시키거나, 소수파를 피로하게 하기 위하여 24시간 연속으로 개회하는 것은 의사 방해 연설을 물리치기 위하여 사용되는 수단이다.

한국에서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 되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최장 100일까지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으며 발언은 의원 한 명당 1회씩 주어진다.

단 한국의 경우 미국과 달리 의제와 관련이 없는 발언은 금지된다. 본인이 발언을 멈추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중단 결의가 있으면 토론은 중단된다. 무제한 토론이 끝나면 해당 안건은 즉시 표결한다.

과거에도 제헌국회 때부터 '의원의 질의나 토론 등에 대해 발언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필리버스터로 활용할 수 있었다. 1964년에는 당시 김대중 의원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연설을 진행한 바 있다. 1969년에는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선 개헌안 저지를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했으나 개헌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의원의 발언 시간을 제한하는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무제한 토론은 불가능해졌다. 2012년 국회법 개정 이후에는 처음으로 지난 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의사 방해 연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