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詩論]

여느 시대든 최고 통치권자는 외롭다
“유일한 것, 완전한 것, 자기 충족적인 것,
그리고 불멸하는 것”이 인간을 가두고 있는 담벼락

조대형 취재본부장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에서 국민대중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절대 권력자와 권력에 기댄 아전들뿐만이 아니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방금 참회의 눈물을 흘린 대통령의 뒷전에서 약탈자로 돌변하는 야권 정치인 스스로의 본성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오늘로 34일째가 되었습니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살릴 수도 있었던 학생들을 살리지 못했고 초동대응 미숙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고, 불법 과적 등으로 이미 안전에 많은 문제가 예견되었는데도 바로 잡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하신 것이라 생각 합니다”라며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가족들의 여행길을 지켜 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듭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희생된 의로운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언명하는 대목에선 이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참으로 난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로 하여 필자의 이 글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에 대하여 쓰고자 한다. 낙뢰 압권의 폭력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화합의 그 장벽을 눈물로 무너뜨린 이야기를 쓰고 싶다.

눈물이라는 것은 비관과 낙관의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가난하고 힘든 백성들은 눈물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가진 것이라곤 오직 눈물뿐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사랑하라, 슬퍼하라, 천지가 진동할 때까지…거대한 대륙을 적신 장엄한 눈물의 신화!

눈물은 우리 내부에 있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신비하고도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단순히 운명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여자로 두지 않고, 대통령에게 온몸으로 울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국가의 곤경을 스스로 헤쳐 나가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자위가 늘 젖어 있는 까닭은 대통령 자신이 순수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한 눈물에 대하여 비웃고 멸시하는 사람들은 가장 순수한 감정의 결정체인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오직 진실한 사랑과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사람만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울 수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눈물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숭고한 감정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일깨웠을 것이다. 소박하고 수수하고 한편으로는 어리석어 보이는 이러한 사랑의 마음은 어느 시대에서든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느끼길 바란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지닌 순수한 감정은 그 무엇으로도 희석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굳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인간에게 눈물이 없다면 야생의 짐승과 다를 바 없다. 눈물은 느낌이다. 정서이며 흔들림이다. 영혼을 가진 존재는 세계와 자아를 왕복하며 흔들린다. 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유일한 것, 완전한 것, 자기 충족적인 것, 그리고 불멸하는 것”이 인간을 가두고 있는 담벼락이라고 정의했다. 니체가 말한 저 담벼락은 물론 ‘신(神)’이다.

그런데 여기서 인간을 가두고 있는 담벼락이 굳이 신이 아니라고 해도 그것을 허물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좋은지 궁금하다. 인간을 구속하는 신이나, 편견과 고정관념과 아집과 독선, 불신과 불평등과 부자유를 경험할 때 인간은 분노하거나 괴로워한다. 슬프기도 하다. 이럴 때 인간은 눈물을 흘린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눈물이란 영혼의 흔들림이면서 생존의 증명이기도 하다.

담벼락을 넘는 일은 니체처럼 망치로 부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담벼락을 부수기 전 한 차례 흘리는 눈물은 새 출발의 서곡이다. 따라서 인간의 눈물은 슬픔의 정화(淨化)일 뿐만 아니라 새 기운의 결의가 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애보적 눈물은 사람 세상을 얘기하는 것이다. 외형상으론 세월호 참사의 참회를 말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가 전체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통령 한 명이 희생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처절한 사건이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에서 국민대중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절대 권력자와 권력에 기댄 아전들뿐만이 아니라 방금 참회의 눈물을 흘린 대통령의 뒷전에서 약탈자로 돌변하는 야권 정치인 스스로의 본성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야당의 정치인들은 참회와 깨우침을 통해 모든 장애물을 뛰어 넘은 것처럼 의기양양하지만 박근혜대통령은 이 험난하고 견고한 관료주의 속성의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하는 좌절감 앞에 ‘자괴의 눈물’을 흘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삶을 관찰한다. 그러므로 국민 대중의 삶이 자본과 권력 앞에서 어떻게 생존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눈물 속엔 국민들의 슬픔과 아픔이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우리 국민들은 절대 고독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에 대하여 국민들도 조용히 울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포효한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비빌 언덕'을 잃어버려 상처 받았던 세월호 유족들의 마음을 치유해 줬으리라 믿는다. 그랬다. 이제 그만 마음의 상처를 딛고 아침마다 행복한 미소로 눈 뜨고 내일에 대한 새로운 기대로 잠을 청하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보다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시간이 더 많은 올해가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다시 함께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다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억울한 사연에 대한 관심도 놓지 말아주기 바란다.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나 억울하게 방치되어 있는 이 나라의 현실’에 작은 목소리라도 함께 공감해 주시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