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월 17일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공감코리아

권익위, 2008년 선박 연령제한 규제완화 주장
20~30년으로 연장 운항 가능토록 조치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러 원인들 중 제도적 문제의 한 축으로 지목되는 ‘여객선 선령완화’ 조치는 2009년 1월에 시행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기존 20년으로 제한되었던 연안여객선 사용연한을 30년으로 연장시킨 조치였다.

그런데 선령 완화조치에 앞선 2008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선령과 해난사고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 시에는 매년 2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비용 절감효과가 발생한다고 당시 국토해양부 보도 자료를 인용해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정황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8년 8월 5일 <국민불편과 기업부담 해소 위한 행정규칙 94건 정비>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시행규칙이 2008년 11월까지 개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의미심장하게도 이러한 완화 조치가 있기 직전에 국토해양부는 해양수산연구원 부설 선박운항기술연구소에 의뢰한 연구용역 <연안여객선 선령제한제도 개선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용역은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연구의 기초자료로 쓰인 설문조사가 짜 맞추어졌다는 의혹을 제가한 바 있다.

결론은 어느 정도 중립적인 지적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연구용역은 선령제한제도가 선박사고비율과 큰 영향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박의 선령은 사고율로 초점 맞춰선 안 돼

박근혜 대통령이 4월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공감코리아

여객선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사고로 수많은 인명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선박의 사고율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되고, 단 1척의 사고를 막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 만약 선령 25년을 넘은 선박에서 여객사고를 동반하는 해양사고가 발생한다면, 동 제도를 완화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연간 약 250억 원)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동 제도를 완화하였다는 큰 사회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제기하였다.

또 동 제도의 완화 시 정부에서는 노후 여객선 안전관리요령을 개발 보급하며 한국해운조합 차원에서 여객선의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선박검사기관에서는 노후 여객선에 대한 엄격한 검사지침을 적용하고 또한 보수정비지침을 개발 보급하는 등, 운항관리자는 노후 여객선에 대하여 특별한 관리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연안여객선 해양사고 방지를 위한 배가의 노력을 할 것이라는 부족을 달았다.

결국 연구용역의 결론은 선령제한 규제완화는 어느 정도 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안전관리제도와 안전검사˙보수정비지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즉 규제완화가 아닌 실질적인 규제강화를 주장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선령제한만 완화한 채 안전관리도 노후 여객선에 대한 엄격한 검사지침과 보수정비지침도 개발·시행하지 않았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안전을 등한시한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완화가 근본적 원인이 된 셈이다.

규제완화가 능사 아니다
선주 책임 완화한 선박안전법 발의 의원들 '모르쇠’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6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 방문

한편 KBS2의 '추적60분'에서 선주의 책임을 완화한 선박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규제완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세월호 대참사 앞에 이들은 어떤 입장일까?

지난 5월 24일 밤 방송된 '추적60분'에서는 '세월호 173톤 조작 미스터리'편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추적 60분은 제작진은 한국선급, 해경, 국회의원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결재도장을 찍어대는 동안, 청해진해운은 상습 과적을 일삼으며 승객의 안전을 위협했다. 이것은 유병언 일가와 청해진해운의 오랜 불법행위와 그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여러 국가기관들의 실태를 추적했다.

이날 방송에 의하면 지난 2008년 11월 28일 규제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선박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선박투자회사법 등 선주의 책임을 완화하는 법안이 한꺼번에 발의됐다. 이 법안은 진수희 전 국회의원이 대표발의를 했으며 김용태, 안민석, 김을동 등 18명의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한 것으로 선박안전법에서 양벌규정으로 인해 선주의 책임을 완화해 주자는 규정이었다.

이 규정에는 정부의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종업원 범죄행위가 있더라도 관리와 감독을 소홀히 한 경우만 영업주를 처벌하며 영업주 처벌이 필요한 경우는 벌금형으로 한정,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는 처벌에서 제외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법안이었다. 이로 인해 선주협회를 대변하는 결과를 초래해 세월호의 대참사를 불러온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