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길위의 인문학
산자락 어디엔가 콩밭 매는 아낙네가 있을 칠갑산우리나라 유일의 두 개 대웅전을 가진 장곡사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8.18  16:00:1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산자락 어디엔가 콩밭 매는 아낙네가 있을 칠갑산 
우리나라 유일의 두 개 대웅전을 가진 장곡사

[헤럴드저널] 조경렬 기자= 우리나라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의 폭염暴炎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충남 청양의 칠갑산을 찾았다. 대개는 봄철 꽃산행으로 오르는 산으로 알려진 칠갑산을 폭염 속에 오른다니 생뚱맞기도 하고 청개구리 같기도 했다.

   
칠갑산 장곡사의 경내 풍경(사진=조경렬)

하지만 산행자에게 산행의 철이 어디 있으랴. 폭염 속 원정 산행으로 무더위를 식혀볼 생각으로 따라 나선 길. 주병선이 부른 대중가요 〈칠갑산〉으로 더 유명해진 칠갑산은 충남 청양의 자랑이다.

충남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칠갑산七甲山은 동쪽의 자비성과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장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가 모두 백제인의 얼이 담긴 천년 사적지이다. 조선의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는 칠갑산은 현서쪽 십육 리에 있으며 옛 성터가 있는데, 자비성慈悲城이라 부른다고 적고 있다.

   
칠갑산 청장호 입구에 있는 콩밭 매는 아낙네상

전세버스는 오전 땡볕에 천장호수의 주차장에 산행자들을 내려놓았다. 필자도 그 일행에 끼여 산행 채비를 했다. 여름 산행에는 물을 많이 챙겨야 한다.

주차장 위를 돌아가니 콩밭 매는 아낙네상이 한여름 뙤약볕에 우두커니 서 있다. 한 손에 호미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구도자 같았다.

여기에서 호수 옆구리를 타고 돌아가면 천장호 출렁다리가 나온다. 호수 가운데를 가로질러 세운 출렁다리는 여행객들이나 산행자들에게 인기 높은 명소이다. 이 출렁다리를 건너야만 칠갑산으로 오를 수 있다.

   
▲ 천장호 출렁다리로 교각을 청양고추를 상징한다(사진=조경렬)

칠갑산의 유래는 만물 소생의 7대 근원인 ‘칠七’자와 음양오행의 12간지 중 첫 번째로 싹이 움튼다는 뜻의 ‘갑甲’자를 조합하여 생명의 시원인 칠갑산七甲山이라 했다. 여기에 금강 상류의 지천과 잉화천을 굽어보는 산세에서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다 하여 칠갑산이라 불렀다고도 전한다.

칠갑산은 계절마다 특색이 있지만 봄철이 가장 화려하다. 산 전체에 야생 벚나무와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4~5월이면 하얗고 붉은 색이 수려하게 잘 어우러진다.

봄철 진달래는 장곡산장에서 465봉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구간에 넓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능선의 남북쪽 사면을 채우고 있는 진달래는 아흔아홉계곡을 오르며 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정상이나 삼형제봉에서 능선을 뒤덮은 진달래를 즐기는 것이 진달래 산행의 백미이다. 오솔길로 이뤄진 등산로는 거의 완만해 어린이들과 가족 단위로 오르기에도 적당하다.

   
▲ 칠갑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천장호의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허나 필자는 천장호에서 칠갑산 정상에 오르는 동안 왜 칠갑산이 한국의 100대 명산에 뽑혔는지 의문이라는 생각으로 산행을 했다. 특별한 지형지세나 빼어난 풍광의 외형적 특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득하게 두어 시간 능선 길을 올라가니 어느 집 뒤란의 정자처럼 등나무 쉼터가 나타났다. 아늑한 정상 풍경이다. 무더위 속 밋밋한 산행 끝에 싱겁게 오른 정상. 칠갑산은 부챗살을 펼치듯 둥그스름한 육산이라 장쾌한 조망은 아닐지라도 멀리 겹겹의 산 능선들이 곡선과 곡선의 아취를 이루고 있었다.

정상 한쪽에는 천제단이 보존되어 있다. 백제시대에는 칠갑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이곳 정상에서 제천의식을 행하였다고 전한다. 아마도 그 유래에서 천제단을 이곳에 마련해 두었구나 싶었다.

   
▲ 칠갑산 정상에서의 조망

한참 동안 정상에서 이곳저곳으로 방향을 잡으며 굽이굽이 산자락의 파노라마를 카메라에 담았다. 정상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조망을 즐기면서 명산으로서 품격이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 길은  통일신라시대 고찰 장곡사 방향으로 잡고 녹음綠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르는 길 내내 폭염이 주는 갈증으로 두 병의 얼음물을 마셨다. 하산 길에는 제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산정에서 부는 바람은 그야말로 시원한 청량제이다.

약 1Km 쯤 내려갔을 때 아흔아홉곡 전망대가 나왔다. 칠갑산 아흔아홉곡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멀리 굽이굽이 99곡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옅은 운무 자욱한 99곡 위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전형적인 여름철 하늘의 평화로운 풍경이다.

   
칠갑산 정상에는 천제단이 놓여 있다. 백제시대부터 제천의식을 이곳 칠갑산 정상에서 행해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렇게 풍광을 음미하며 터벅터벅 내려가니 길가에 두 개의 거북바위가 나타났다. 살피지 않고 내려가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구석에 거북이 두 마리가 덩그러니 엎드려 있다. 이 거북바위에 얽힌 설화가 산행자의 피로를 풀어준다.

백제시대 때 한 선비가 있었다. 어려서 부터 타고난 성품이 곧고 총명하여 주위를 놀라게 했고, 어린 나이에 관직에 올라 인정을 베풀며 덕망을 쌓아갔다. 하지만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그 에게도 한 가지 큰 고민이 있었다.

   
▲ 거북 바위

집안 대대로 일찍이 벼슬길에 오르나 병고로 젊은 나이에 다들 세상을 떠나는 가풍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가 소나무 향이 온 산에 가득한 칠갑산을 오르던 중 잠시 쉬는 차에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그의 앞에 큰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두 개의 알을 낳는 것이었다. 꿈결에 선비가 삼천세의 수명을 누리는 장수의 거북이가 부럽다고 했더니 ‘저의 삼천세의 수명을 선비님께 드립니다.’ 하고 그를 등에 태우는 것이었다.

꿈에서 깬 선비가 주변을 돌아보니 자신이 누워있던 옆 자리에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가 놓여 있는 것이었다. 그 후로 선비는 그 곳을 지날 때 마다 무병장수를 빌며 기도를 하였더니 가족 모두 무병장수하며 오래오래 살았다고 하는 설화이다.

   
▲ 삼성각 옆의 애기동자

그리고 이제 바로 그 아래가 장곡사였다. 울창한 계곡 숲 사이로 절집의 전각들이 보였다. 이제 오늘 산행의 끝자락이라는 신호다. 칠갑산 장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찰 공주 마곡사의 말사로서 청양의 대표적인 전통사찰이다.

장곡사長谷寺는 850년(통일신라 문성왕 12)에 보조선사가 창건하였다. 규모는 작지만 두 개의 대웅전을 갖춘 특이한 가람 배치로 이곳이 유일하다.

보물 제162호인 상대웅전上大雄殿은 마루를 8판연화문 전돌로 깔았고, 장곡사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국보 제58호)와 장곡사철조비로자나불좌상부석조대좌(보물 제174호)를 안치하고 있다.

   
▲ 장곡사 하대웅전의 모습

보물 제181호인 하대웅전(下大雄殿)에는 고려 시대의 장곡사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이 안치되어 있다. 사찰 주변을 성으로 에워싸인 것은 매우 희귀한 현상이다.

전해오는 설화에 따르면 백제왕자 또는 왕족의 교육을 하던 사찰이란 설과 국가 중대사나 외국의 사신을 영접하던 삼국시대의 불교 전성기의 유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찰은 계곡의 경사면을 돌계단을 쌓아올려 작은 공간에 전각들을 짓고 다시 계단으로 마무리하는 가람배치를 해 놓았다. 백제시대의 건축기법을 엿볼 수 있는 전각의 구성이다.

여기에서 장곡사의 대웅전이 상하로 두 개인 점에 대한 이야기는 분분하다. 상대웅전은 천상세계를 나타내고, 하대웅전은 사바세계를 뜻한다는 것이다.

하대웅전에는 석가여래불이 봉안되어 있지 않고 약사여래불이 봉안되어 있어서, 사바세계 중생들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상대웅전에도 역시 석가여래불이 아닌 비로자나불이 봉안되어 있다.

   
▲ 장곡사 일주문

일반적으로 사찰에서 약사여래불을 모시면 약사전, 비로자나불을 모시면 대적광전, 석가여래불을 모시면 대웅전이라고 현판을 쓴다. 하지만 장곡사는 각각 비로자나불과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있음에도 대웅전이란 현판을 달고 있다.

여기에 상대웅전은 고려 말 조선 초의 건축양식을 보이고, 하대웅전은 조선 중기의 건축양식을 보이고 있으니 축성 연대가 각각 다른 대웅전에 이유가 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 대하여 절에서 전하는 이야기가 따로 있었다. 장곡사의 대웅전은 본래 상대웅전 하나였다. 그런데 대웅전의 철조약사여래불이 하도 영험하여 이곳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병이 모두 치유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소문이 널리 퍼져 더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오자 아래쪽에 대웅전을 하나 더 짓고 약사불을 모셔가서 하대웅전이라 했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칠갑산 장곡사는 경사진 계곡에 계단 지형을 적절하게 활용한 아름다운 가람배치로 전통 사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칠갑산이 품은 보물 중의 보물이 되고 있다.
 

조경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헤럴드시사영상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22  |  대표전화 : 02-783-6677  |  긴급전화 : 010-7620-2777  |  팩스 : 02-6008-2566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2길 8 중앙빌딩 305(편집국)
등록번호 : 영등포 라 00389  |  사업자번호 : 107-20-37674  |  발행·편집인 : 조경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병수
Copyright © 2016 헤럴드저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