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괙의 편액. 사진=만산고택

유교문화-유교문화 숙박체험

"종택 체험을 통해 유교문화를 배운다"
지식정보기반 유교문화권 체험관광 서비스

조준기 기자

우리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종택이나 고택을 찾아 직접 숙박을 하면서 음식문화와 예절, 삶의 양식을 배울 수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하룻밤을 숙박하면서 체험 교육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안동지역은 한옥체험으로 등록한 고택이 무려 92곳에 달한다. 특히, 안동은 300~500년 이상 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고택·종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문화자원을 이용해 차별화된 여행코스로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도시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금까지는 고택이나 종택을 문화유산으로 구경하는 여행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제는 귀중한 문화자원을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수년 전부터 견고한 고택의 대문을 열고 있다.

일반인에게 종가의 풍습과 맛을 전하기 시작하면서 고택체험이라는 새로운 관광형태 분야로 떠오른 것이다. 영남지역의 일부고택은 지역 여행사와 협력해 1박2일 또는 2박3일 여행상품을 개발·운영하고 스스로 개발한 소규모 체험프로그램을 관광객에게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고택체험관광이 새로운 형태의 관광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광 인프라와 연계, 편안함과 전통의 멋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지역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지식정보기반 유교문화권 체험관광 서비스 중에서 유교넷을 통해 전통숙박 체험으로 유교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체험관광을 알아본다. 경북 봉화·영주지역의 만산고택과 선비촌의 숙박체험, 안동지역의 오천군자 마을의 숙박체험과 사가 종택 중 수애당, 농암종택 등을 중심으로 숙박 체험관광을 알아 보도록 한다.

경북 봉화·영주지역의 고택 체험하기

○ 만산고택 숙박체험 여행
 
봉화의 만산고택은 1878년(고종 15) 만산(晩山) 강용(姜鎔)이 건립한 가옥으로, 의양리 남쪽의 낮은 산을 등지고 동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면 11칸 규모의 긴 행랑채 사이로 난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사랑마당을 사이에 두고 口자 형의 정침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랑마당의 왼쪽에는 서재, 오른쪽에는 별당인 칠유헌(七柳軒)이 별도의 토석 담장에 둘러싸여 있다.

사랑채는 대청과 사랑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쪽에는 툇간이 있고 사랑방 오른쪽에는 감실이 있다. 사랑마루 뒤에는 마루방과 골방이 있다. 마루방 뒤로는 중간 방이 안채 부엌과 왼쪽 날개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고, 골방은 사랑채에서 안채로 드나들 때 통로 역할을 한다.

사랑채 오른쪽의 감실 뒤로 난 중문을 통해 안채로 출입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1800년대 이후의 주택 중 특히 봉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일반인은 7개의 체험 숙박이 기능하며 1일 28명까지 수용가능하다.

영주 선비촌 모습

영주의 선비촌 체험여행

선비촌은 영주 지역에 현존하는 전통가옥을 그대로 복원하여 숙박과 전통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2004년 개장한 민속촌이다.

18,000평의 부지에 종갓집을 비롯한 양반가의 주택, 소박한 초가집 등 12채의 가옥을 비롯하여, 강학당·물레방앗간·대장간·정자 등 40여 채의 건물이 조선시대의 자연부락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선비촌의 큰 매력은 바로 제대로 복원한 전통가옥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람객의 관람시간이 끝나는 오후 5시, 혹은 6시부터 다음날 개장 이전까지 원하는 가옥에서 숙박할 수 있다.

묵을 수 있는 12채의 주택은 각각 수신제가·입신양명·거무구안·우도불우빈이라는 주제로 분류되어 있다. 수신제가의 공간인 김상진 가옥·해우당·강학당에서는 자기 수양을 위해 노력했던 영주 선비의 모습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전통의 교육방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해우당 고택은 넓은 대청 공간이 돋보인다. 툇마루로 통하는 문을 열면 소백산의 국망봉과 연봉들이 풍경화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안동지역의 숙박체험 여행

○ 오천군자마을

오천군자마을은 안동에서 북쪽으로 도산서원 가는 길을 따라 약 20km 정도 가다 보면 오른쪽 산비탈에 20여 채의 고가와 정자들이 소복이 모여 있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이 오천유적지이다. 본래 외내마을이라 불리던 와룡면의 광산김씨 동성마을이었는데, 안동댐 수몰로 사라지게 되자 그 마을의 유서 깊은 목조건물들을 한자리에 옮겨 놓은 곳이 바로 오천유적지이다.

오천(烏川)이란 말은 수몰전 외내마을 강가에 검은 돌이 많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이곳에는 예안파종가와 탁청정종가 등의 살림집을 비롯하여 탁청정, 후조당, 읍청정, 계암정 등의 정자건물들이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특히 두 종가에 종손과 종부가 현재에도 살고 있어 이곳에서의 1박은 단순히 잠자리 장소로서의 의미를 넘어 마치 조선시대 어느 마을로 돌아간 듯한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숙박은 예안파종택에서 11개 체험실에서 100명 정도가 숙박 가능하다.

수애당의 편액

○ 수애당 사가 숙박체험 여행

수애당은 수애(水涯) 류진걸(柳震杰) 선생이 1939년에 건립한 사가(私家)이다. 건축주의 호를 따라 당호(堂號)를 수애당이라고 하며 넉넉한 마루와 부드러운 처마가 한 폭의 멋진 풍경화를 연출하는 전통가옥이다. 수수한 기와집이 첫 걸음인 여행객에게도 고향인 듯 다가온다. 대문 안 텃밭과 파랗게 마당을 덮은 잔디는 이 집의 풍치를 더욱 높여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뒹굴며 놀 수 있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제법 높은 마루에 올라서면 임하 호반의 그림 같은 풍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그 풍경에 감동한다고 하니 한국의 멋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조선말기의 건축양식을 잘 나타내며 3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는 안동군 임동면 수곡동에 있었으나 임하댐 수몰로 인하여 1987년 이곳으로 이건 되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황토방을 포함하여 11개의 방에 40∼50여 명 정도가 전통음식을 즐기며 숙박할 수 있다.

○ 농암종택 숙박 체험

안동에서 북쪽으로 도산서원 지나 20분 쯤 가다보면 오른쪽에 농암종택이라는 안내판이 있고 안내판을 따라 5분 정도 더 들어가면 농암종택이 나온다. 농암종택은 강호문학의 선구자인 농암 이현보선생의 종택으로, 종택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도산9곡'이라 불릴 정도로 경치가 좋은 곳이다.

인근에 산세가 수려한 청량산과 안동유학의 중심 도산서원이 있다. 그 밖에도 주변에 도산온천, 이육사기념관, 국학진흥원이 자리 잡고 있어 유적지답사와 산행을 1박2일 정도로 계획한다면 농암종택이야말로 숙박하기에 적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종손인 이성원씨가 새로이 종택을 꾸며, 샤워실과 화장실이 편리하고 정갈한 종가의 음식도 맛볼 수 있다. 15개의 방에 60여 명이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 임청각 종택 숙박체험
 
임청각은 현존하는 살림집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안동 고성이씨의 대종택이다. 세칭 99칸 기와집으로 알려진 이 집은 안채, 중채, 사랑채, 사당, 행랑채와 아담한 별당(군자정)과 정원까지 갖춘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상류주택이었으나, 일제의 중앙선 철도 부설 때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건물을 철거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또한 임청각은 집이 가지는 문화재적 가치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집안으로 더욱 유명하다.

임청각의 별당형 정자인 군자정은 안동의 대표적인 정자로 손꼽히며, 임청각과 함께 보물로 지정될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이렇듯 임청각에서의 하룻밤은 보물급 문화재에서의 1박 이라는 독특한 체험과 함께 자녀들에게는 나라의 위기에 분연히 일어섰던 조상들의 높은 뜻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소이기도 하다. 11개 방에 60명이 숙박할 수 있다.

전통 고택의 체험관광 활성화

우리 전통문화를 우리가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다. 정보화진흥원과 한국국학진흥원이 주도하여 구축한 유교넷(http://www.ugyo.net)의 지식정보기반 유교문화권 체험관광 시스템을 보다 활성화시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체험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와 음식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고택과 전통마을의 문화적 인프라를 통해 세계 유수의 전통마을 숙박체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적절한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그 체험료가 일반인이 체험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은 그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