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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은 벼락 맞아 남자인 촛대바위만 남아삼척 추암바다의 촛대바위…능파대 설화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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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1  18: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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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인문학][헤럴드저널] 조경렬 기자= 파도는 지는 해의 주홍빛 광채를 받아 붉은 듯 노란 듯 아름다운 불꽃을 발산하고 있었다. 동해 추암바다는 잔잔한 바람에도 넓은 파장을 일으키며 악마가 흰 이를 드러내듯 하얀 포말을 연거푸 토해낸다.

촛대바위에 홀로 앉은 백갈매기는 지는 해를 감사하는 것일까. 여태껏 미동도 없이 앉아 뭍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촛대바위 아랫도리부터 어두워지고 있는 추암바다는 처얼썩 철썩 포말을 비며 뭍으로 파도를 밀어내고 있었다.

   
강원도 삼척시 추암바다의 일몰 풍경(사진=헤럴드저널)

태백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부터 태백산에 올랐다가 늦은 오후에 이곳 삼척 추암바다의 일몰을 보러 왔다.

강원 삼척의 추암바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촛대바위로 유명하다. 애국가의 첫 소절 ‘동해물과’의 배경 영상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리움의 추암바다는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해안 비경이 장관을 이루며 한 인간의 애절함이 배인 촛대바위의 사랑이야기가 설화처럼 녹아 있다.

   
   
 
   
 

능파대는 더 위쪽의 고성에도 있지만 추암의 능파대는 인근의 하천과 파랑에 의하여 운반된 모래가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육지에 연결된 육계도와 촛대바위 같은 암석가둥인 라피에을 포함한 지형이다.

라피에(lapie)는 석회암이 지하수의 용식작용으로 형성된 바위기둥이다. 추암의 라피에는 국내 다른 지역의 라피에와 달리 지하수의 용식작용이 아니라 파도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연마되어 자연적으로 드러난 국내 유일의 해안 라피에이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은 이곳 촛대바위는 파랑의 침식작용으로 다듬어진 시스텍(Sea stack)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추암바다의 가장 유명한 일출의 명소 추암촛대바위 모습(사진=헤럴드저널)

이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추암바다는 애절한 설화를 품고 있다. 옛날 이곳 추암 해안에 한 남자가 살았다. 이 남정네는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소실을 얻게 되었다. 그 날 이후 본처와 소실 간에 투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두 여자의 시샘에 급기야 하늘도 노하여 벼락으로 징벌을 내렸는데 두 여자는 죽고 남자만 남겨 놓고 말았다. 오늘날 홀로 남은 촛대바위가 그 남정네의 형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추암바다는 1900년대까지 이 남자와 본처 그리고 소실을 상징하는 3개의 바위가 있었는데 그 중 2개의 바위가 벼락으로 부러져 없어졌다고 한다. 일부일처제와 현모양처의 우리의 전통적인 일깨움이지만 현대의 우리에게도 지혜를 주는 설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추암바다의 쭈뼛쭈뼛한 바위와 파도가 어우러진 비경을 감상하고 해파랑길 출렁다리로 가노라면 북평해암정이 나타난다.

   
 
   
 
   
삼척 추암바다의 북평해암정

선조들이 일출 명소에 지은 북평해암정

북평해암정은 집채 같은 해안 바위 틈바구니를 뒤로한 채 3칸짜리 팔작지붕의 작은 정자이다. 고려 공민왕 때인 1361년(공민왕10)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沈東老)가 낙향하여 건립했다고 한다. 고려 말은 몽고의 침략으로 정세가 매우 열악한 시기다.

심동로는 이런 혼란한 국정을 바로잡으려 하였으나 권세가의 비위가 거슬려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였다. 이때 왕이 이를 만류하다가 동로(東老:노인이 동쪽으로 간다)라는 호를 하사했다고 한다. 지금의 해암정(海岩亭)은 본래 건물이 소실된 후 1530년(조선 중종25)에 심언광이 중건하고, 1794년(정조18)에 다시 중수한 것이다.

정자 뒤로 병풍 같은 바위산이 지붕보다 높아 운치를 더하며, 이곳에서 보는 일출 풍광은 장관이다. 현종 때 송시열이 덕원으로 유배되어 가던 중 이곳에 들러 '草合雲深逕轉斜(초합운심경전사: 풀은 구름과 어우르고 좁은 길은 비스듬히 돌아든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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