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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명산)유명산, 경기 가평의 휴양지로 각광 받는 입구지계곡
조경렬 기자  |  herald@herald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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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11  20: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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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경렬 시인마을]

지구가 아프다. 아니 환난 수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지구는 살아 있는 거대한 생물체이다. 십 수 년 전부터 인간에게 경고를 이미 몇 차례 보냈다. 아니 기후 변동으로 인한 수없이 많은 경고를 보냈다.

그 보다 더 실질적인 사태, 즉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SARS)가 지난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병,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혔다.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며, 38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고 폐렴 등이 동반된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다음으로 메르스(새로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MERS-CoV)사태이다. 메르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급성호흡기질환이다. 2012년부터 중동지역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출몰했다. 2015년까지 천 명 이상의 감염자와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이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인 사스(SARS)보다 전염성은 떨어지나, 치사율은 30~40%로 사스(약 9.6%)보다 높았다.

   
 
   
 

이제 바로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가 온 지구를 강타한지 1년 8개월째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으로 '코로나19'라고 부르며 현재 진행 중이다. 중세 유럽 인구 3분의1의 생명을 앗아갔던 흑사병 이래 최대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모두 인간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심한 여름이 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길이 산행이 아닐까 싶다.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거닐면서 심신의 피로를 치유한다. 이런 힐링산행으로 더위를 잊고 마음의 긴장을 풀어 본다. 서울에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가까운 곳에도 우거진 숲과 깊은 계곡이 살아 숨 쉬는 곳이 많다. 오늘 산행은 경기 가평 설악면의 유명산이다. 피서 산행으로 가평의 아름다운 산 유명산으로 떠난다.

유명산有明山(864m)은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하여 산 자체보다는 자연휴양림, 유명산 계곡으로 더 이름이 알려져 있다. 입구지 계곡이라고도 하는 동북쪽의 유명산 계곡은 5km의 깊은 계류를 자랑한다. 계류 끝에 트레킹을 할 수 있는 3km 정도가 아름다운 등산로로 이어진다. 수량이 풍부하여 봄과 여름철에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행지이다.

   
 
   
 

이날 산행은 가평군 가일리 선어치 고개에서 시작했다.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중부지방에 오전에 잠시 비를 뿌리다 오후에는 날씨가 갠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산행에 나선다. 선어치 고개에 닿으니 이슬비가 내리며 안개가 산을 덮고 있다. 여러 대의 전세버스에서 산행객들이 단체로 쏟아져 나왔다. 이 고개를 기점으로 북동으로 향하면 유명산, 남동으로 오르면 중미산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선어치 고개에서 시작하여 소구니산-유명산-어비산 분기점-입구지 계곡-마당소-용소-박쥐소-규영소-유명산 자연휴양림에 이르는 약 8Km의 여정이다. 선어치 고개에서 유명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중간에 소구니산(801m)을 지나야 한다. 산행인들은 소구니산을 지나 유명산에 오르는 코스를 선호한다. 선어치 고개에서 약 1.5Km 쯤 오르면 소구니산에 도달할 수 있고, 여기에서 지척에 유명산이 위치한다.

7월 염천의 여름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소구니산 안부에 이르니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활짝 피어난 하늘말나리도 화사한 여름 꽃의 여신처럼 곳곳에서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이 하늘말나리(Lilium tsingtauense)는 말나리처럼 잎이 돌려나면서 꽃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서 하늘말나리라고 부른다. 고지대 숲속이나 습지에 자생하는 야생화로 그 자태가 자못 우아하여 귀족의 느낌을 준다.

   
 

약간의 비가 내려서 길은 미끄럽고 질었다. 중턱에 이르니 안개가 걷히면서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근교 산행의 여유로움으로 쉬엄쉬엄 오솔길을 올라 금세 소구니산에 도달했다. 아주 소박하고 작은 산이라서 정상도 보잘 것 없이 숲에 덮여 있다.

산열매도 여름의 강한 햇빛과 장마가 결실을 튼실하게 할 텐데 아직 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소구니산에서 유명산까지는 약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소구니산에서 유명산으로 오르는 능선 오른쪽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활공장이 보이는 능선 벤치에 앉아 용문산 쪽을 바라보니 구름 뒤에 숨어 그 자태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상에는 산행객들로 북적댔다. 정상석도 최근에 다시 조성한 모양이다. 아직 고임돌 시멘트가 변색되지 않은 걸 보니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왜 이렇게 자치단체마다 정상 석에 앞을 다투며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산정 표지석이라고 꼭 저렇게 크고 화려할 필요가 있는가.

아담하게 정상임을 알리면 그만이지 거대한 암반을 세워 해발고도를 표시해야만 좋은 산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거대한 표지석을 보니 백두대간 북쪽 마지막 구간에서 만난 마산봉의 표지석은 30㎝ 정도의 자연석에 해발고도를 적어 세워 놓았다. 지금까지 많은 산을 다녔지만 그렇게 소박한 표지석은 처음이라 참 애착이 갔던 기억이 난다.

정상에 서니 숲이 우거져 있어서 혹시 다른 산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필자가 15~6년 전에 찾았던 유명산이 아니었다. 그때는 정상부에 숲이 거의 없었고 억새와 잡목이 넓은 분지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지 계곡 하산 길에도 떡갈나무 신갈나무 참나무류가 주류를 이루어 울창한 숲을 만들고 있다. 15년 이라는 세월에 이렇게 숲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하산 길에 만난 물푸레나무와 단풍나무도 우람한 숲의 일원으로 자라고 있다. 숲이 우거지면 우거질수록 물은 맑고 계곡은 깊어진다.

이 유명산의 이름에 얽힌 놀라운 에피소드가 있다. 유명산의 본래 이름은 이곳 일대에서 말을 길렀다 해서 마유산이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마유산으로 나오는 산인데 어이없게도 산 이름이 현대에 와서 바뀌었다.

1973년 엠포르산악회가 국토 자오선 종주 등산 중 이 산에 이르러 산 이름이 없자 대원 중 홍일점인 진유명(女) 씨의 이름을 따서 유명산이라고 하자는데 동의하여 유명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탄생된 이름이 지금까지 유명산으로 통칭되고 있다.

하산 길에 도착한 계류의 합류 지점이 어비산으로 향하는 분기점이자 계곡 트레킹의 시발점이다. 여기에서부터 약 3Km에 이르는 계류가 유명산 입구지 계곡이다. 계곡의 소와 담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상류에서부터 마당소, 용소, 박쥐소, 규영소 등 소沼와 담潭이 찾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 준다.

자연 화강암으로 형성된 계곡마다 대부분이 작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곡 트레킹은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대부분이 너덜지대이다. 특히 계곡 중간의 용소는 주변의 기암괴석이 용의 모양처럼 생겼고, 여기에서 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용소龍沼라 불리고 있다.

   
 

필자의 산행팀은 용소에서 잠시 계곡에 앉아 쉬어 가기로 했다. 바위와 자갈로 이뤄진 용소폭포 위에서 시원한 한여름의 망중한忙中閑에 빠져본다. 계류에 발을 담그니 발이 시릴 정도이다. 날씨가 약간 흐린 탓도 있겠지만 숲이 우거지고 계곡이 깊어 물이 시원했다. 발을 담그고 바위에 기대 앉아 물장난을 하기도 하고, 산행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여유를 부려본다.

이런 물놀이는 언제 또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도시인의 쫓기는 심리가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 쉽게 시간을 쪼개서 시외로 나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벗은 발을 계루에 담그며 희희낙락 즐거움에 빠져들고 있다.

다시 도시로 나서면 무더위 속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해야 하는 게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골이 깊고 산이 푸르니 심산유곡이 따로 있나. 바로 여기 인가人家 없는 계류가 심산유곡深山幽谷 별천지가 아닌가. 옛 선비의 시구詩句가 여기에 딱 맞아 흥이 절로난다.

十里無人響    십 리 먼 길에 인적이 없어
山空春鳥啼    텅 빈 산에 산새만 우는구나.
逢僧問前路    스님을 만나 길을 물어 보았건만
僧去路還迷    스님이 가고 나니 길을 또 모르겠네.

                                            -강백년의 〈산행〉 전문

모두들 계류에 담근 발을 거두기가 서운했다. 그냥 이대로 언제까지 있고 싶은 심정이 뇌리에 가득했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류가 발등과 발가락을 간질이며 흐르고, 발바닥을 안마하듯 짓누르는 조약돌의 촉감이 너무 감성적이다. 등줄기에 흐르던 땀도 식고 이마에 촉촉하게 맺혀 있던 임한淋汗도 마른지 오래다. 이런 가슴까지 시려오는 시원함이 숲과 계류가 아니고서야 어디에 또 있으랴!

계류에 드문드문 햇빛이 들기 시작했다. 어둑하던 하늘도 맑게 개어 푸르른 에메랄드빛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늘이 열리니 계곡은 더 넓어 보이고, 깎아지른 절벽에 서 있는 푸른 소나무들이 더 높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서로 시샘하듯 구만리 창공으로 자라는 저 소나무는 지난 겨울 추위에 잘 견디었기에 더 푸르게 하늘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저 매미의 울음소리도 10년 동안을 땅 속에서 부화를 기다리다 드디어 올 여름 목청껏 울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그시 눈을 감고 발에 와 닿는 계류의 산들거리는 감촉을 느끼며 깊은 상념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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